이동진 평론가 추천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2025. 3. 4. 18:27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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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썸네일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스페인 거장 감독 빅토르 에리세가 무려 30년 만에 극영화 연출로 돌아왔습니다. 2023년 칸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그의 신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원제: Cerrar los ojos, 영어 제목: Close Your Eyes)는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거장의 깊어진 사유와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단순한 미스터리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기억, 부재 그리고 영화의 본질에 대한 깊고 섬세한 질문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포스터
클로즈 유어 아이즈 포스터

1.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거장의 귀환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빅토르 에리세 감독이 '태양의 저편'(1992) 이후 31년 만에 선보이는 극영화입니다. 긴 공백 기간 동안 다큐멘터리 및 옴니버스 영화에 참여해 왔지만, 그의 이름을 세계 영화사에 각인시킨 것은 '벌집의 영혼'(1973), '남쪽'(1983)과 같은 섬세하고 시적인 극영화들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거장의 귀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영화계의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배우 호세 코로나도를 비롯하여,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초기 걸작 '벌집의 영혼'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아나 토렌트가 출연하여 더욱 기대를 모았습니다. 또한, 스페인 영화계의 베테랑 소레다드 비야밀, 마놀로 솔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합류하여 작품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영화는 빅토르 에리세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시적인 연출 스타일과 함께, 시간, 기억, 영화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줄거리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유명 배우 미겔 가라이가 영화 촬영 도중 갑자기 실종되면서 시작됩니다. 미겔의 실종은 촬영 중이던 영화의 제작 중단으로 이어지고, 그의 행방은 묘연해집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22년 후, 미겔의 절친한 친구이자 실종 당시 영화의 감독이었던 훌리오 아레나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미완성으로 남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공개하고, 미겔에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방송 이후, 훌리오에게 익명의 편지가 도착하고, 편지를 통해 미겔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됩니다. 훌리오는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미겔의 기억을 다시 되짚어보기 시작하고, 그의 실종 뒤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영화는 훌리오의 시선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미겔의 실종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인간관계, 기억의 불확실성,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는 스릴러나 추리 영화처럼 사건의 해결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라진 존재의 부재가 남긴 여파, 그리고 그 기억을 되살려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훌리오와 미겔,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그리고 영화의 힘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잊힌 기억과 소중한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2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2

3.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주요 장면 해석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빅토르 에리세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은유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상징과 은유들을 해석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해 보겠습니다.

 

1) 미완성 영화의 마지막 장면(부재의 시작)

영화의 초반, 흑백 화면으로 보여지는 미완성 영화 '안녕이라고 말하세요'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둠 속에서 배우들은 작별 인사를 나누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슬픈 기운이 감돕니다. 특히, 미겔이 연기하는 캐릭터 막스가 연인에게 "다시 널 볼 수 있을까?"라고 묻는 장면은 그의 실종을 암시하는 듯한 복선으로 작용합니다. 이 장면은 미겔의 부재와 함께 멈춰버린 시간,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의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며, 관객들을 미스터리의 세계로 이끕니다.

 

2) 텔레비전 프로그램 '유령 그림자'

22년 후, 훌리오가 출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유령 그림자'는 망각 속에 묻혀있던 미겔의 존재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프로그램 제목 '유령 그림자'는 사라진 미겔의 흔적, 즉 유령처럼 떠도는 기억의 잔상을 의미합니다. 훌리오는 방송을 통해 미완성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공개하고, 미겔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지만, 이는 단순한 미스터리 해결을 넘어, 잊힌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을 되찾고 싶은 간절한 염원을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텔레비전 화면 속 흑백 영상은 과거의 기억을 재현하는 동시에, 흑백 영화 시대로부터 영화를 만들어온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영화적 자전성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3) 훌리오의 집

훌리오의 집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오래된 가구와 책, 빛바랜 사진들로 가득 찬 훌리오의 집은 마치 기억의 저장소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창문으로 쏟아지는 빛과 그림자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훌리오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기억의 층위를 드러냅니다. 훌리오가 집 안을 거닐고 과거의 사진들을 바라보는 장면들은 그의 기억 탐색 여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을 훌리오의 내면세계로 초대합니다.

 

4) 미겔의 딸 아나

미겔의 딸 아나의 존재는 영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아나는 아버지 미겔의 부재 속에서 성장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훌리오가 아나를 만나 미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은 사라진 미겔의 존재를 현재로 소환하고, 잊힌 기억을 되살려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아나 토렌트가 연기하는 아나의 모습은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초기작 '벌집의 영혼' 속 어린 소녀 아나를 연상시키며,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냅니다. 아나의 등장은 단순히 사라진 미겔의 딸이라는 설정을 넘어, 빅토르 에리세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3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3

4.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흥행 성적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예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후 꾸준히 관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의미있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2023년 칸 영화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되어 첫 공개된 후, 해외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폭발적인 흥행 수익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예술 영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제작비 회수는 물론,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칸 영화제 이후, 유럽 예술 영화 시장에서 꾸준히 상영되며, 롱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향후 한국에서도 이동진 평론가와 같은 영화 평론가들의 극찬에 힘입어 개봉 및 VOD, IPTV 등 2차 시장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4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4

5.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관객 및 평론가 반응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개봉 전부터 칸 영화제 프리미어 섹션 초청으로 높은 기대를 모았으며, 공개 이후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시간, 기억, 영화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낸 스토리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해외 유수 매체들은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 대해 만점에 가까운 높은 평점을 부여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연출력, 작품의 깊이, 배우들의 연기, 영화의 주제 의식 등 모든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의 긴 상영 시간과 느린 템포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영화의 예술성과 깊이에 압도적인 찬사를 보냈습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2023년 칸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으며,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거장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5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5

6.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비하인드 스토리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빅토르 에리세 감독이 30년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작 과정 자체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에리세 감독은 긴 공백 기간 동안 영화 연출 대신 교육 및 영화 비평 활동에 매진해 왔으며, 그 배경에는 영화에 대한 깊은 고뇌와 예술가로서의 숙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 30년 만의 극영화 연출, 거장의 고뇌와 열정

빅토르 에리세 감독은 30년 만의 극영화 연출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영화를 만들지 않았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은 항상 마음속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잃어버렸던 영화적 감각을 되찾고, 다시 영화와 마주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이며,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단순한 복귀작이 아닌, 영화에 대한 그의 진솔한 고백임을 시사했습니다.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거장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습니다.

 

2) 아나 토렌트와의 재회, '벌집의 영혼'에서 '클로즈 유어 아이즈'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는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데뷔작 '벌집의 영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아나 토렌트가 출연합니다. 아나 토렌트는 '벌집의 영혼' 이후 50년 만에 에리세 감독과 재회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에리세 감독은 "아나 토렌트는 내 영화의 뮤즈와 같은 존재"라며, 그녀와의 재회가 작품에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거장의 재회는 영화 팬들에게 깊은 감동과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3) 호세 코로나도의 열연, 감독과 배우의 완벽한 조화

주인공 훌리오 아레나스 역을 맡은 호세 코로나도는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섬세한 연출 스타일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에리세 감독은 "호세 코로나도는 훌리오라는 인물의 내면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표현해 냈다"며 극찬했습니다. 감독과 배우의 완벽한 조화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호세 코로나도는 이 작품으로 2024년 고야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4) 영화 속 미완성 영화 : 액자식 구성의 의미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미완성 영화 '안녕이라고 말하세요'를 영화 속에 삽입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 속 영화라는 설정을 통해, 영화의 허구성과 현실,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한 의도로 해석됩니다. 미완성 영화는 영화 속 인물들의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는 동시에, 영화 자체가 완결될 수 없는 기억의 파편임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5) 169분 런닝타임, 느린 템포의 깊이 있는 미학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16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으며, 느린 템포로 전개됩니다. 이는 관객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응시와 침묵을 통해 깊이 있는 영화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에리세 감독은 빠른 편집과 화려한 볼거리 대신 롱테이크와 섬세한 미장센 그리고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연기를 통해 감정의 깊이를 더하고 관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줍니다. 느린 템포는 영화의 주제 의식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영화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6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6

 

7. 개인적인 감상: 시간의 무게, 기억의 아름다움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단순한 미스터리 영화가 아닌, 삶과 영화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낸 걸작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시간의 흐름, 기억의 불확실성, 그리고 부재하는 존재의 그림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빅토르 에리세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시적인 연출은 잊힌 기억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영화는 훌리오의 시선을 따라 미겔의 실종 미스터리를 쫓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사건의 진실보다는, 사라진 존재의 부재가 남긴 흔적 그리고 그 기억을 되살려내려는 인간의 간절한 염원입니다. 훌리오가 미겔을 기억하고, 그의 영화를 다시 보는 행위는 망각에 저항하고, 소중한 관계를 영원히 기억하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서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보는 행위는 기억을 보존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우리에게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소중한 가치,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특별한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이 영화는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잔상이 마음속에 남아, 삶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단순한 영화 감상을 넘어 나의 삶 속에서 특별한 이의 존재가 누구고 나의 삶에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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