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적 디스토피아 속 인간, 영화 더 랍스터

썸네일 더 랍스터 스틸컷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2015년 작품 '더 랍스터'는 독특하고 기발한 설정, 예측 불허의 전개, 그리고 블랙 코미디와 부조리극을 넘나드는 스타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영화입니다. 사랑을 강요하는 사회, 사랑 없이는 인간으로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 사랑의 본질,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폭력성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더 랍스터'는 그 이상을 넘어 깊은 여운과 다양한 해석을 낳는 문제적인 수작입니다.

 

더 랍스터 포스터

 

1. 짝을 찾지 못하면 랍스터가 된다? 영화 '더 랍스터' 줄거리

영화는 근미래, 독신이 불법으로 규정된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아내에게 버림받고 '커플 메이킹 호텔'에 수감됩니다. 이 호텔은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되는 기묘한 곳입니다. 투숙객들은 짝을 찾기 위해 강압적인 교육과 획일적인 규칙을 따라야 하며, 매일 이성과의 만남을 강요받습니다. 데이비드는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 자신이 선택한 동물인 '랍스터'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호텔을 탈출합니다.

 

호텔을 탈출한 데이비드는 '론 울브스'라는 무법자 집단에 합류합니다. 론 울브스는 숲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사랑과 애정 표현을 극도로 혐오하며 어떠한 형태의 관계도 금지하는 엄격한 규율을 따릅니다. 론 울브스 무리에 적응하지 못하던 데이비드는 근시 여성(레이첼 와이즈)과 서로 눈이 잘 안 보인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집니다. 론 울브스 규율을 어기고 비밀 만남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결국 발각되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영화는 사랑을 강요하는 호텔 사회와 사랑을 극도로 혐오하는 론 울브스 사회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어느 쪽도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없는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을 그려냅니다. 결말 장면에서 데이비드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눈을 멀게 하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강박인지 모호하게 남겨둔 채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더 랍스터 스틸컷 2

 

2. 예술 영화의 이례적인 흥행, '더 랍스터' 흥행 성적

'더 랍스터'는 제작비 400만 유로의 저예산 영화로, 전 세계적으로 1,83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이후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예술 영화 치고는 이례적인 흥행 성공을 거둔 '더 랍스터'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6년 1월 7일 개봉하여 5만 명 가량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예술 영화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어바웃 타임', '노트북' 등 다른 로맨스 영화에 비하면 저조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더 랍스터'는 개봉 후 독특한 영화 스타일과 메시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 팬들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3. 호불호 갈리는 독특함, 관객과 평론가의 엇갈린 반응

'더 랍스터'는 평론가들에게 호평과 함께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87%, 메타크리틱 점수 75점으로, 독창적인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각본상 수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해외 유력 매체들은 "기이하고 매혹적인 걸작",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반면, 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불편하고 난해하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영화의 건조하고 냉소적인 분위기, 폭력적인 장면, 그리고 열린 결말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엇갈린 반응 자체가 '더 랍스터'가 기존 영화와 다른 새로운 문법의 로맨스를 시도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지만, 자신만의 취향을 확고히 가진 영화 팬들에게는 '더 랍스터'는 특별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더 랍스터 스틸컷 3

 

4. 사랑의 이름으로 강요되는 폭력, 개인적인 감상

개인적으로 '더 랍스터'는 단순히 기괴하고 난해한 영화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사랑을 강요하는 사회, 획일적인 가치관을 강요하는 시스템,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성을 부조리한 설정과 블랙 코미디 톤으로 풀어냅니다. 커플 중심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억지로 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모습, 사랑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그리고 진정한 소통 없이 겉모습만 따라 하는 관계 맺기 등 영화 속 풍경은 현실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영화 속 호텔과 론 울브스 집단은 극단적으로 대조되지만, 본질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닮아있습니다. 사랑을 강요하는 호텔은 겉으로는 낭만적이고 따뜻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폭력과 억압으로 가득 찬 공간입니다. 사랑을 혐오하는 론 울브스 집단은 자유를 갈망하는 듯 보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규율과 통제로 개인을 억압합니다. 영화는 어느 쪽을 선택하든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찾을 수 없는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을 보여주며, 개인 간의 사랑과 관계 맺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더 랍스터'는 불편하고 난해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사랑, 관계, 사회 시스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을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기존 영화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기묘한 여운은, '더 랍스터'가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더 랍스터 스틸컷 4

 

5. 토끼 사냥 장면의 숨겨진 의미, '더 랍스터' 비하인드 스토리

'더 랍스터'는 독특한 영화 스타일만큼이나 흥미로운 제작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토끼 사냥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시퀀스 중 하나입니다. 호텔 투숙객들은 정기적으로 숲에 나가 토끼 사냥을 하며, 이는 짝을 찾기 위한 경쟁 심리를 자극하고 폭력성을 드러내는 행위로 묘사됩니다. 토끼는 약하고 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사냥 장면에서는 폭력의 대상으로 전락하며 생존 본능과 잔혹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히, 데이비드가 근시 여성과 사랑에 빠진 후 토끼 사냥을 거부하는 장면은 사랑을 통해 폭력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데이비드 역을 맡은 콜린 파렐은 영화 캐릭터를 위해 18kg 체중을 늘리고 수염을 기르는 등 외형적인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감독은 콜린 파렐에게 살을 찌우고 수염을 기르도록 요청했으며, 콜린 파렐은 감독의 요청에 따라 체중을 늘리고 수염을 기르는 등 캐릭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뚱뚱하고 어딘가 어눌해 보이는 데이비드의 모습은 영화의 부조리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고, 관객들에게 낯설고 기묘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더 랍스터'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확고히 했습니다. 건조하고 무미건조한 대사, 정적이고 차가운 화면 톤, 그리고 부조리극 같은 이야기 전개 방식은 관객들에게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영화에 독특한 매력을 더합니다. 감독은 인위적이고 통제된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건조하고 차가운 연출 스타일을 선택했으며, 이는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 속 커플 메이킹 호텔 장면은 아일랜드 서부 지역에 위치한 실제 호텔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호텔의 고풍스럽고 으스스한 분위기는 영화의 기묘한 느낌을 더욱 강조하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감독은 세트장 대신 실제 호텔을 촬영 장소로 선택하여 영화에 리얼리티를 더하고,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한편, 영화 음악은 클래식 음악과 현대 음악을 적절히 조합하여 사용되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영화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더하고, 현대 음악은 영화의 기묘하고 부조리한 느낌을 강조합니다. 특히, 엔딩 장면에 삽입된 'Something's Gotten Hold of My Heart'는 영화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